2025년 4월 말부터 8월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여성 화가 이성자(1918~2009)의 삶과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회고전 ‘별의 여정’이 개최됩니다. 이성자는 한국 여성 최초로 프랑스 미술계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한 작가로,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인간과 우주를 잇는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인물입니다. 이번 전시는 그의 예술 여정을 따라가며, 회화, 판화, 드로잉, 아카이브 등 총 100여 점 이상을 선보이는 대규모 기획전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이성자의 별을 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주요 전시 공간으로, 국내외 작가의 회고전, 기획전이 자주 열리는 장소입니다. 특히 이번 이성자 회고전은 여성 미술가의 성취를 심도 있게 다룬 전시로, 여성 예술사의 흐름 속에서 이성자의 위상을 재조명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전시는 그녀의 생애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향과 그리움’, ‘추상의 탄생’, ‘별과 기호의 언어’, ‘정신의 풍경’ 등 주제별로 나뉘어 관람 동선이 짜여집니다. 이성자는 부산에서 태어나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으며, 이후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전시는 그녀가 경험한 문화 간 경계, 이방인의 감성, 그리고 우주와 기호에 대한 사유를 시각화한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초기의 감성적 풍경화부터, 프랑스 시기 특유의 우주적 상징 추상화까지 단계별로 구성된 전시 흐름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이성자의 예술 여정을 따라가며, 하나의 ‘별의 궤도’를 체험하게 만듭니다.
별과 기호의 화가, 이성자의 예술세계
이성자의 작품 세계는 단순한 추상을 넘어선 ‘기호적 회화’로 평가받습니다. 그는 그림 속에 점, 선, 곡선, 패턴, 알 수 없는 상형문자 같은 기호들을 배치하며, 이를 통해 언어 이전의 감정과 우주의 질서를 시각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이러한 작업은 마치 인간과 우주, 내면과 외부 세계가 소통하는 ‘코드’처럼 느껴지며, 회화가 하나의 언어가 되는 순간을 보여줍니다. 프랑스 유학 시절부터 그녀는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발전시켰고, 이를 통해 당시 유럽에서도 주목받는 여성 작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특히 그녀의 대표작인 〈밤의 별자리〉, 〈상징의 지도〉, 〈기호의 나무〉 등은 단순한 미적 감상 이상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상징적 회화로 평가받습니다. 이성자의 작품에는 한국적 정신성과 프랑스식 구성주의가 절묘하게 융합되어 있으며, 이는 그녀만의 독자적인 미술 언어로 이어집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 외에도 드로잉, 판화, 텍스타일 등 다양한 매체의 작업들이 함께 소개되어, 그녀가 예술을 통해 어떻게 존재와 우주를 사유했는지를 보다 풍부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작가가 남긴 육필 노트와 편지, 전시 기록 사진 등도 함께 전시되어 관람객은 그녀의 감정과 생각까지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관람 포인트와 여성 예술사 속 의의
이성자 회고전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그녀의 작품이 여성 화가로서의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스스로의 삶을 강인하게 예술로 표현했다는 점입니다. 그녀는 여성으로서 겪는 한계와 차별을 언급하기보다는, 예술이라는 언어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로 타인을 초대하는 방식으로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동시대 여성 작가들에게도 깊은 영감을 주고 있으며, 이성자의 전시가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닌 현재의 질문을 던지는 예술로 기능함을 보여줍니다. 전시에서 주목할 점은 이성자의 색채 감각과 화면 구성입니다. 그녀의 그림은 격렬하거나 감정적이지 않지만, 절제된 색의 조합과 리듬감 있는 구성, 반복되는 기호의 배열을 통해 조용하지만 강력한 울림을 전달합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말년에 남긴 미발표 드로잉과 상징 도상 연구 메모가 최초로 공개되어, 그녀의 사유가 어떻게 화면 위로 발전해왔는지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전시 후반부에는 관람객이 자신의 ‘기호’를 만들어보는 체험 공간도 마련되어, 이성자의 예술세계를 단순한 감상에서 참여형 감성 체험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시 기간 중에는 작가의 삶과 예술을 주제로 한 강연, 워크숍, 청소년 대상 예술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될 예정입니다.
이성자 회고전 <별의 여정>은 단순한 회화 전시가 아닌, 예술로 이어진 우주와 감정, 상징의 여정을 함께 걷는 시간입니다. 여성 예술가로서, 이방인으로서, 사유하는 존재로서 살아온 그녀의 궤적을 따라가며, 당신의 내면 우주를 만나보세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펼쳐지는 이 특별한 전시, 일정 확인 후 꼭 방문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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