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부터 10월까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개최되는 정현 작가의 대규모 개인전은 한국 현대 조각의 깊이와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전시입니다. “시간의 구조”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철, 목재, 폐자재 등을 조합한 정현 특유의 조형 언어를 통해 시간과 물질, 그리고 인간의 흔적을 탐구하는 기획입니다. 동시대 조각이 어떻게 사회와 맞닿고 사유를 확장하는지, 관람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로 구성됩니다.
북서울미술관에서 만나는 조각의 철학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공공미술관 중에서도 실험적이고 진보적인 전시 기획으로 잘 알려진 공간입니다. 이번 정현 개인전은 이러한 공간의 성격과 조화를 이루며,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조각 공간으로 재구성합니다. 특히 ‘시간의 구조’라는 전시 주제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로, 재료의 물성과 축적된 흔적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인간 존재를 형상화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정현 작가는 폐기된 철판, 나무, 시멘트 조각 등 일상에서 버려진 재료를 수집해 다시 조립하고 가공하여, 조각이라는 장르를 넘은 ‘존재의 기록’을 시각화해왔습니다. 전시에서는 그의 대표 설치 작품부터,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신작까지 총 50여 점이 소개됩니다. 전시 공간 곳곳에는 작품을 둘러싼 작가의 내레이션, 메모, 스케치 등이 함께 전시되어 관람객이 조각의 물리적 아름다움뿐 아니라, 철학적 배경까지 함께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정현 조각의 핵심: 재료와 시간, 그리고 존재
정현의 조각은 단순히 형태를 다루는 작업이 아니라, 시간이 깃든 물질과 인간의 흔적을 기록하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그의 대표 재료는 녹슨 철, 태워진 나무, 마모된 돌 등 오랜 시간 자연과 인간의 손길을 거친 것들입니다. 정현은 이러한 재료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으며, 인간이 남기고 간 것들로 인간을 다시 말하는 예술을 실천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그의 작업이 물질성(materiality)을 통해 감정과 시간을 어떻게 드러내는지를 집중 조명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작가의 대표작 ‘무제(철과 나무)’는 낡은 철판과 불에 그을린 목재가 마치 서로를 지탱하듯 결합되어 있으며, 이 조형물은 단지 ‘조각’이 아닌 존재와 소멸, 견딤과 붕괴에 대한 시적 표현으로 읽힙니다. 정현은 또한 구조물 안에 작은 빈 공간을 남기거나 일부러 비워두는 방식으로 관람자에게 해석의 여백을 제공합니다. 그 안에는 시간이 흐르며 지워진 것, 사라진 기억, 감정의 무게가 담겨 있습니다. 관람객은 단지 작품을 보는 것을 넘어, 그것을 걷고, 돌고, 둘러보며 감각적으로 느끼는 참여자가 됩니다. 조각을 ‘사유의 공간’으로 확장시키는 그의 작품 세계는 동시대 조각의 새로운 흐름을 제시합니다.
관람 포인트 및 동시대 조각의 흐름
정현 개인전은 현대 조각이 단순한 조형예술을 넘어 ‘생각하는 구조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전시입니다. 이번 전시는 시각적 인상뿐 아니라, 작품을 둘러싼 소리, 빛, 재료의 질감 등을 체험하는 공간적 예술 경험에 가깝습니다. 전시장에는 일부 작품의 구조물 안에 직접 들어갈 수 있는 체험형 공간도 마련되어 있으며, 발소리, 숨소리, 공간의 음향을 활용한 사운드 설치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조각이 어떻게 시대와 공감하는가’라는 질문을 관람객에게 던집니다. 정현의 작품은 환경 문제, 도시의 소외된 물질, 인간 존재의 상흔을 재료로 삼아 동시대를 이야기합니다. 이는 조각을 단지 시각적 오브제에서 사회적 메시지를 담는 매체로 확장시키는 시도이며, 전시 전체가 그 실험의 장으로 기능합니다. 전시 중간에는 작가의 창작 과정을 담은 영상, 드로잉, 작업실 기록도 함께 소개되며,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조각 체험 워크숍, 재활용 미술 프로그램 등도 운영 예정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정현 작가가 제시하는 ‘동시대 예술의 언어로서 조각’을 새롭게 경험하고자 하는 모든 관람객에게 열린 시선과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정현 개인전 <시간의 구조>는 조각을 통해 시간을 사유하고, 존재를 재조립하는 예술적 시도입니다. 폐자재와 자연 재료로 만들어진 그의 작품은 단순한 미적 대상을 넘어, 시대와 감정을 담은 구조물로서의 조각을 보여줍니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를 통해, 당신의 감각과 사유가 깨어나는 조각의 세계로 한 걸음 들어가 보세요. 전시 일정 확인 후 관람 계획을 세우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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